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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내세웠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내 원전 관련주들이 급등하면서 원전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 생산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는 에너지원 입니다. 한 때 값싸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여겨졌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고 이로 인해 천문학적 피해가 야기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하게 되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이란 무엇일까?
원자력 발전의 원리와 장점
원자력 발전이란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자의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이고 이때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터빈을 회전 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석탄화력발전이나 수력발전과 동일하지만 그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가 아닌 원자의 핵분열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라늄과 같은 원자의 핵은 중성자를 흡수하면 원자핵이 쪼개지는데요.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2~3개의 중성자가 방출되는데, 이 중성자가 다른 우라늄 원자의 핵에 연속적으로 흡수되면 연쇄적인 핵분열이 일어나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하게 됩니다. 핵분열이 일어날 때는 약간의 질량 결손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질량이 핵분열 과정에서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원자에서 아주 작은 질량의 결손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만큼의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하기에 원자력 발전은 효율이 매우 좋은 편에 속하는데요. 우라늄 1g이 발생시키는 에너지가 석탄 3t이 발생시키는 에너지의 양에 맞먹을 정도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질량×광속의 제곱'입니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
이렇듯 원자력 발전은 값싸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폐기물 처리가 까다롭고 사고 발생 시 피해가 크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먼저, 원전에서는 중저준위 폐기물과 고준위 폐기물 등 다양한 방사성 폐기물들이 발생하는데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고준위 폐기물에 해당하는 '사용후 핵연료봉'입니다. 일반적인 경수로 원전에서는 4년에 한 번씩 연료봉을 교체해줘야 하는데, 사용이 끝난 연료봉은 약 5년간 습식저장시설에서 물로 냉각한 뒤 이후 약 50년간 건식저장시설에서 공기로 다시 냉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 후엔 땅에 묻거나 재처리를 해서 폐기해야 하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6월 말 기준 약 2,300만개의 사용후 핵연료봉이 원전에 저장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을 확대해야 하는데, 방폐장 건설에는 지역 주민들의 엄청난 반발이 잇따르곤 하죠.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냉각이 끝난 핵연료봉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사고 위험 역시 원전의 단점으로 자주 언급되는데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이 지진이나 해일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이 설계상의 오류와 조작 실수가 발생할 경우, 냉각수에 담겨있던 핵연료봉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방사능 물질이 원전 밖으로 누출되면서 원전 주변의 도시들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럽 연합이 '녹색 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를 정하는 과정에서 원전을 포함시킬지 고심했던 것도 원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사고위험이 원자력 발전을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현황
우리나라 원자력 의존도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전력 생산 중 약 25~30%가량을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최근 OECD* 회원국들은 석탄(16%)과 원자력 발전(20%)을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35%)을 늘리고 있는 추세인데요. 우리나라는 이들과 비교했을 때 석탄(35.6%)과 원자력(29%)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물론 프랑스의 경우 원전 의존도가 70%에 달하기도 하죠) 특히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6.6%에 불과해 OECD 회원국들 중 꼴찌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각국의 경제 협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결성된 국제 경제 기구로, 총 38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원전 현황
우리나라는 1970년대 두 차례 글로벌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는데요.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원전인 고리1호기가 가동을 시작하면서 '원자력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원전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면서 원자력 발전 비중도 크게 높여왔는데요. 2022년 기준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4곳의 원자력 발전소가 존재하고, 각 발전소마다 5~7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습니다. 현재 총 24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으며, 이들 원전이 전체 전력 생산의 30%가량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국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늘리고, 해외 원전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주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원자력 발전을 진흥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발하고, 이후 국내 원전의 건설·가동 과정에서 비리 및 사고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며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면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의 건설이 중단되기 시작했습니다. 각각 1978년과 1983년 가동을 시작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이 중단되었고, 신규 건설 중이던 신고리5·6호기와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가 중단되었죠. 건설이 중단되었던 신고리5·6호기는 공론화를 거쳐 건설이 재개된 상황이지만,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아직까직 공사가 중단된 상태인데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과 함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 원자로는 어떤 형태
원전은 증기를 발생시키는 방식에 따라 가압경수형 원전과 비등경수형 원전으로 나뉘어 집니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거의 대부분이 가압경수형 원전으로, 보통 가압경수형 원전이 비등경수형 원전보다 안전한 편에 속하는데요.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였던 체르노빌 사고나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했던 원전들은 모두 비등경수형 원전이었습니다.
가압경수형 원전과 비등경수형 원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자로 내부의 물이 원자로 바깥으로 나오는지 여부에 있습니다. 비등경수로의 경우 원자로 내부에서 직접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립니다. 핵연료봉과 닿았던 물이 증기로 변해 터빈을 돌린 후, 다시 냉각돼 원자로 안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반면, 가압경수로는 원자로에서 끓인 물이 파이프를 통해 지나가고 파이프의 열로 다시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킵니다. 즉, 핵연료봉과 닿았던 물이 원자로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내부에서만 순환하는 것입니다.
비등경수형 원전은 연료봉과 닿았던 물이 바로 증기로 변해 터빈을 돌리기에 발전 효율이 더 좋지만, 안전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반면, 가압경수형 원전은 연료봉과 닿아 뜨거워진 물이 다시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기에 발전 효율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안전성은 비등경수형에 비해 높은 편이죠. 현재 우리나라에는 비등경수형 원전은 없고, 모두 가압수형 원전만 존재하는데요. 탈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원전 사고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원자력, 친환경일까
원자력 발전은 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어 흔히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여겨지곤 하는데요. 하지만 원전이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인지에 대해서는 종종 입장이 갈리곤 합니다. 최근 이런 입장 차이가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은 유럽연합(EU)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제정이었는데요. 그린 택소노미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판별하기 위한 EU만의 기준체계로, 한 마디로 무엇이 '진짜' 친환경 산업인지 판별하기 위한 기준입니다. 친환경 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을 제대로 구분해둬야, 친환경 산업에는 적절한 투자와 지원을, 친환경적이지 않은 산업에는 규제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원전의 그린 택소노미 포함 여부를 두고 반대 측과 찬성 측의 의견이 크게 갈렸는데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탈원전 기조를 갖고 있는 국가들은 원전이 그린 택소노미 포함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될 경우 분류체계의 무결성과 신뢰성, 유용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70%)와 핀란드, 폴란드 등의 국가들은 원전의 위해성이 과장되었다며, 원전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결국 지난 2월 최종적으로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죠. 이렇듯 원자력이 과연 친환경인 에너지원인지에 대한 판단은 각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곤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EU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만의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를 발표한 바 있는데요.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을 K-택소노미에서 배제하였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음에 따라, 원전이 다시 K-택소노미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
원자력 발전에 있어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사용후 핵연료봉의 처리입니다. 사용후 핵연료봉은 그야말로 방사성 물질 덩어리로, 각종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가 수만 년에 달하기 때문에 완전히 냉각된 후 통째로 깊은 땅속에 묻거나, 재처리를 통해 방사성 원소의 독성을 낮추어 처분해야 하는데요.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이 국토 면적이 넓고 지반이 안정적인 7개국은 사용후 핵연료를 땅에 매립하기로 했고, 일본과 러시아 등 4개 국가는 재처리를 거쳐 처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 처분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인데요. 우리나라는 현재 대부분의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내 임시 저장 시설에서 보관하며 냉각시키고 있는데, 일부 원전은 곧 저장시설이 가득차 핵폐기물에 대한 처분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 면적이 좁고, 핵폐기물에 대한 주민들의 여론이 매우 나쁘기 때문에 매립 방식을 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사용후 핵연료봉의 온도를 높인 뒤 전기로 방사성 물질을 분리해내는 '파이로프로세싱'과 같은 재처리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파이로프로세싱을 활용하면 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후보 시절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해 파이로프로세싱을 도입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요. 하지만 파이로프로세싱은 여전히 연구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데다가,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가 없어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 매립을 위한 부지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산업부는 13년 이내에 영구 폐기장 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당시에도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던 만큼, 영구 폐기장 부지 확보에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실시했던 문재인 정부에 이어, 원전 사업 부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원전의 친환경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책 변화 과정에서 발생할 각종 논란과 '지속가능한' 원전의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용후 핵연료 폐기 방안의 마련 등은 향후 윤석열 정부가 떠안을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판도라의 상자'라며 멀리했던 원전은 윤석열 당선인 말마따나 우리나라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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