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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국은 넷플릭스의 요리 경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푹 빠졌습니다. 흑백요리사가 공개된 지 1주일 만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고,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에서도 1위에 오를 정도 입니다.

    프로그램에 나온 셰프들의 식당이 빠르게 유명세를 타면서 파인다이닝에 대한 관심도 커집니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안성재 셰프가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 파인다이닝 식당을 운영했다는 점이 큰 주목을 받는 등 말입니다. 프로그램에 파인다이닝 셰프가 여럿 등장하면서 이들이 선보이는 고급 요리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에서 파인다이닝 예약 증가율은 지난달 26일 기준 전주 대비 150% 오르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이런 파인다이닝 열풍에 주목해 파인다이닝 시장을 분석합니다. 흥미로운 파인다이닝의 세계부터 수익성과 운영 구조까지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파인다이닝, 정체가 뭐야?

     

    음식이 아닌 예술을 판다

     

    파인다이닝(fine dining)은 ‘질 높은’ ‘좋은’이라는 뜻의 fine과 ‘식사’라는 뜻의 ‘dining’이 합쳐진 말로, 비싼 코스 요리가 나오는 고급 레스토랑을 의미합니다. 런치와 디너로 나뉘어 보통 런치는 5~7가지 코스, 디너는 7~10가지 코스가 제공되는데요. 흔히 양식 파인다이닝을 떠올리기 쉽지만, 한식, 중식, 일식 등 파인다이닝의 분야는 다양합니다.

    파인다이닝에선 가정에서 만들기 어려울뿐더러 일반적인 음식점에선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메뉴를 선보입니다. 전국 또는 전 세계에서 공수해 온 귀한 재료는 기본이고, 액화질소를 이용한 요리나 거품 추출법, 진공 저온 조리법(수비드) 같은 기술을 활용해 음식을 만듭니다.

     

    파인다이닝은 단순히 고급 음식을 넘어서 식사 자체의 고급화를 추구하는데요. 최상의 식재료와 맛, 모양과 플레이팅, 식당의 분위기와 서비스, 셰프의 철학이 담긴 스토리텔링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파인다이닝은 셰프가 예술가가 돼 음식이라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코스로 나오는 메뉴를 조금씩 여유롭게 먹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 길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런치는 최소 1시간에서 3시간, 디너는 2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 분자요리: 식재료를 분자 단위로 연구해서 만드는 요리입니다. 식재료가 가진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이용해 분자구조를 변형시켜 음식의 다양한 형태와 질감을 만들어내는데요. 솜사탕, 액화질소 아이스크림, 김치 젤리 등이 분자요리의 예시 입니다.

     

     

    파인다이닝 가기 전 알면 좋은 Tip

     

    미술관이나 공연장에 갈 때 옷을 갖춰 입고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듯이, 파인다이닝에도 손님들이 숙지하면 좋을 내용이 있습니다. 우선 격식 있는 드레스코드나 주류나 음료 주문 필수 등이 암묵적 규칙으로 통하는데요. 파인다이닝에선 몇 가지 코스로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는 만큼, 특정 코스를 부르는 어휘가 자주 쓰이기도 합니다. 파인다이닝 방문이 처음이라면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아뮤즈부쉬(Amuse-Bouche)

     

    셰프의 철학과 스타일이 담긴 한입 크기의 작은 음식입니다. 손님들에게 건네는 환영 인사인 셈으로, 본격적인 코스의 시작 전 입맛을 돋우는 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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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페리티프(Aperitifs)

     

    식전주를 뜻하는 말로, 주로 유럽 지역에서 식전주 문화를 즐깁니다. 식사 전 가볍게 술을 마심으로써 위를 자극해 식욕을 돋우는 목적입니다.

     

     

    에피타이저(Appetizer)

     

    코스에 포함된 정식 첫 요리로, 본 요리 전 먹는 가벼운 음식입니다. 아뮤즈부쉬 후에 나오며 아뮤즈부쉬보다는 좀 더 요리에 가까운데요. 식욕을 돋우기 위해 신맛을 많이 활용하곤 합니다.

     

     

    콘소메(Consomme)와 포타쥬(Potage)

     

    수프 종류는 콘소메와 포타쥬가 대표적입니다. 콘소메는 묽고 맑다면, 포타쥬는 걸쭉한 편인데요. 수프를 먹을 때는 소리를 내거나 입으로 불어먹지 않는 게 매너입니다.

     

     

    빵의 역할

     

    보통 한국에서 빵은 본 요리가 나오기 전 식전빵으로 제공되곤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파인다이닝에서 빵은 각각의 요리에 곁들여 고유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식사 중간에 제공됩니다. 나이프로 잘라 먹지 않고 손으로 잡어 뜯어서 먹습니다.

     

     

    프티 푸르(Petit Four)

     

    본 식사를 마치고 먹는 한입 크기의 디저트입니다. 보통 작은 케이크, 초콜릿, 과자 등 여러 종류가 한 접시에, 커피나 차와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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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파인다이닝은 진입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높은 가격대가 원인인데요. 국내 파인다이닝은 보통 1인당 런치가 최소 5만 원, 디너는 최소 10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어떤 곳은 3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하죠. 안성재 셰프의 파인다이닝 ‘모수’의 런치는 21만 원, 디너는 37만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와인 페어링까지 합하면 1인당 50만 원을 넘길 정도니, 저렴한 금액이라곤 말할 수 없습니다.

     

    시장 규모도 작은 편입니다. 한 끼에 수십만 원 이상인 국내 파인다이닝은 100곳 정도인데요. 전체 외식업 개수가 약 80만 개인 걸 고려하면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매출 규모로 봐도 전체 외식 시장이 119조 원인 반면, 국내 고가 파인다이닝은 1,000억 원에 그치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1%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특별함에 끌려 예약 폭발

     

    쉽게 닿을 수 없음에도 파인다이닝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널찍한 공간에 테이블 간 간격이 넓고, 방문하는 인원도 적어 감염의 위험이 적다는 장점 덕분이죠. 여기에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한 데에 따른 보복 소비까지 더해져 고가의 파인다이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파인다이닝' 키워드 검색 결과 (2021.01.01~2023.12.31) ⓒ 네이버 데이터랩



    엔데믹 전환 이후 인기가 사그라들긴 했지만, 최근 흑백요리사 열풍에 파인다이닝은 다시 날개를 달았습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파인다이닝 키워드 검색량은 작년 같은 날 대비 33배 증가했는데요. 이는 파인다이닝 키워드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보다도 2배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최고 레스토랑이라는 증표

     

    파인다이닝은 전 세계에서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 및 안내서로 알려진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미식의 성서로 불릴 만큼 훌륭한 식당을 모아 놓은 미쉐린 가이드는 파인다이닝의 가치를 더욱 드높여줍니다.

    ⓒ 소설한남

    미쉐린 가이드
    프랑스 타이어 제조 업체 미쉐린이 매년 봄 발표하는 식당 및 여행 가이드입니다.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의 완벽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등을 기준으로 평가원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식당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별의 개수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1스타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2스타는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3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을 의미합니다. 1스타로는 거리의 노점 식당이 선정되기도 하지만, 2스타나 3스타는 유명한 셰프가 운영하는 파인다이닝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파인다이닝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미쉐린 가이드 등재 효과가 큽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파인다이닝이 이미 충분히 자리 잡았고,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곳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파인다이닝이 단순한 미식 경험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곳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쉐린 타이틀을 거머쥔 순간 단숨에 ‘핫플’로 떠오르고, 해외 미식가들의 주목도 받을 수 있습니다.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간으로 서울의 여러 레스토랑이 미쉐린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한국에도 비로소 파인다이닝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이름값 하는 파인다이닝
    지난 6월, 서울 강남에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 밍글스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W50B)' 44위에 올랐습니다. 전 세계에서 44번째로 좋은 레스토랑이라는 뜻으로, 한국 식당이 W50B에 소개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W50B는 미쉐린 가이드와 함께 세계에서 권위 있는 미식 행사로서, 1위에 오른 스페인의 ‘디스푸르타르’는 창의적으로 요리된 30가지 코스를 제공합니다.

     

    파인다이닝, 실제로 남는 건 없다?

     

    화려한 파인다이닝의 실상

     

    비싼 값을 받는 만큼 파인다이닝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은 어마어마할 것 같지만, 사실 파인다이닝의 사업성은 마이너스에 가깝습니다. 마진이 남으면 다행인 수준이고, 생존을 위해 영업일수나 코스 구성을 줄이는 경우도 허다한데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파인다이닝의 최대 마진율(원가 대비 순이익의 비율)은 아주 이상적인 경우 5%에 불과합니다. 고급 바가 최대 30%, 외식 가맹점이 10~15%의 마진율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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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다이닝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통상 식당이 수익을 얻기 위해선 우선 테이블 회전율을 높여 매출을 빠르게 늘려야 합니다. 이 매출에서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의 비용을 뺀 것이 수익으로 잡히죠.

    그러나 식사 시간이 한 끼에 2시간 정도 되는 파인다이닝에서 테이블 회전율이라는 개념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입니다. 소수의 정해진 예약 손님만 받으니 매출의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요. 효율적인 운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애초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돈

     

    여기에 비싼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고 레스토랑 운영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 탓에 수익 창출은 더욱 어렵습니다. 고가의 식재료가 모두 쓰이는 것도 아니고, 그중에서도 가장 최상의 부분만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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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에서부터 손님이 식사하는 다이닝룸까지 거의 중소기업에 맞먹는 인력이 동원됩니다. 인건비만 해도 비용 부담이 큰데, 인테리어와 식기, 소품 등 다른 부대 비용도 만만찮죠. 특히 파인다이닝이 들어선 곳은 부촌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이 큽니다.
     

     

    ➡️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파인다이닝이 재무적 측면에선 이점이 거의 없는데도 계속되는 이유는 셰프의 자존심 때문입니다. 파인다이닝은 셰프의 자기표현에 가깝고, 완벽한 파인다이닝을 만들어내는 건 셰프 인생의 가장 큰 목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뒷배

     

    기업이 밀어준다고?

     

    CJ제일제당은 파인다이닝을 전략 사업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K푸드의 세계화를 외치며 파인다이닝에 과감히 투자하는 행보를 보였는데요. 미쉐린 1스타 소설한남, 한식 파인다이닝 산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는 문을 닫은 미쉐린 3스타 모수도 운영한 적 있습니다. 안성재 셰프를 영입해 프리미엄 한식을 함께 개발했습니다.

    농심도 비건 파인다이닝 포리스트키친을 운영 중입니다. 100% 사전 예약제로, 농심이 개발한 대체육이 활용된 메뉴를 선보이는데요. 모수와 함께 미쉐린 3스타를 받은 한식 파인다이닝 가온과 한식 파인다이닝 비채나는 소주 ‘화요’를 만드는 도자기 브랜드 광주요가 운영했습니다.

     

    ⓒ 농심

    이처럼 대기업이 파인다이닝에 나서는 데에는 연구개발 투자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당장의 수익성보단 프리미엄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데요. 파인다이닝을 활용해 가정 간편식(HMR), 밀키트, 케이터링 같은 다른 사업으로 연결하기도 합니다.

    한편, 파인다이닝에서 파생된 캐주얼 다이닝 사업을 펼치는 곳도 있습니다. 캐주얼 다이닝은 ‘평상시’라는 뜻의 Casual이 사용된 말로, 파인다이닝보다는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와 낮은 가격이 특징인데요.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일식당 키사라, 중식당 싱카이와 bhc그룹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호텔과의 시너지도

     

    파인다이닝과 호텔의 만남도 자주 보입니다. 롯데호텔에는 미쉐린 1스타 프렌치 파인다이닝 피에르 가니에르,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레스케이프호텔과 조선팰리스에는 미쉐린 1스타 라망시크레와 이타닉 가든, 신라호텔에는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적이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 라연 등이 있습니다.

     

    ⓒ 롯데호텔


    호텔 입장에선 파인다이닝이 호텔의 인지도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호텔 내 유명한 파인다이닝이 있으면 호텔의 다른 식당도 주목받을 수 있고, 파인다이닝을 찾는 손님이 호텔에 투숙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플레이팅과 정교한 기술, 세심한 디테일까지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파인다이닝. 흑백요리사 열풍과 함께 시들해졌던 파인다이닝 시장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쏟아집니다. 이번 기회로 파인다이닝은 미식가들만의 문화가 아닌 대중에게도 친근한 곳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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